도킨스 한국 대담 보존 기록
Richard Dawkins in Seoul · Archive

복제자에서 인공지능까지: 리처드 도킨스 한국 대담 전체 맥락과 해설

2026년 세계지식포럼에서 김영기 교수와 리처드 도킨스가 나눈 51분 52초 대담을, 발언의 흐름과 과학적·철학적 쟁점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풀어 쓴 별도 해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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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성격: 2026년 세계지식포럼에서 김영기 교수와 리처드 도킨스가 나눈 51분 52초 대담을, 발언의 흐름과 과학적·철학적 쟁점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풀어 쓴 별도 해설이다.

작성일: 2026-09-09 · 상세 한국어 대화록으로 이동

이 대담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진화생물학자가 AI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가’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 도킨스가 1976년부터 밀어 온 질문, 곧 무엇이 복제되고 무엇이 살아남는가라는 질문이 유전자에서 밈으로, 밈에서 인터넷으로, 다시 생성형 AI로 이동한다. 그러다가 대화는 갑자기 “그 기계는 의식이 있는가”라는 철학적 난제로 방향을 틀고, 과학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와 국가 간 경쟁 속에서 과학을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를 거쳐 생명 최초의 복제자라는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시작과 끝이 ‘복제’로 맞물리는 셈이다.

이 글은 녹음에서 실제로 나온 주장과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인 외부 맥락을 구분한다. 대화 좌표는 상세 대화록의 S 번호에 연결했다. 자동 음성 인식 두 종류를 대조했지만 사람이 전 구간을 직접 축어 검수한 기록은 아니므로, 특히 소설 비평과 사인회 시각처럼 판독이 충돌하는 부분은 불확실성을 없애지 않았다.

먼저 잡아야 할 큰 그림

51분 동안 질문은 일곱 번 변하지만, 논리의 줄기는 하나다.

시간 대화의 단계 이어지는 핵심 질문
00:00–10:15 행사 소개와 두 사람의 접점 왜 진화생물학자와 입자물리학자가 AI를 함께 말하는가
10:16–17:49 『이기적 유전자』 50년과 AlphaFold 선택의 단위를 유전자로 보는 관점은 무엇을 설명하며, AI는 생물학을 어떻게 바꾸는가
17:49–23:56 유전자에서 복제자·밈·AI로 정보가 복제되고 변이하고 선택되면 모두 진화라고 할 수 있는가
23:57–32:21 대규모 언어 모델과 의식 놀라운 언어 행동은 지능 또는 주관적 경험의 증거인가
32:22–39:25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인간 인지 경이로움을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 정확하고 쉽게 말할 것인가
39:26–43:10 경쟁과 협력 안보 경쟁이 국제 공동 연구를 약화할 때 무엇을 잃는가
43:12–51:52 소설, 생명 기원, RNA 세계, AI 상상과 계산은 아직 모르는 생명의 시작을 어떻게 탐색하게 하는가

진행자 김영기는 AI를 포럼의 ‘프로메테우스적 순간’이라는 큰 의제로 먼저 세운다. 불은 문명을 열었지만 책임도 만들었고, AI 역시 과학 발견을 빠르게 하는 동시에 일자리·불평등·정보·안보 문제를 일으킨다는 프레임이다(S006–S024 · 02:10–07:33). 이 도입은 뒤의 모든 질문을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인간이 그것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로 옮겨 놓는다.

두 대화자의 역할: 질문을 잇는 물리학자, 한 축을 밀어붙이는 생물학자

김영기는 시카고대 입자물리학자이자 페르미연구소 명예소장이다. 이력 확인에는 시카고대 공식 프로필개인 학술 이력을 참고할 수 있다. 대담에서는 자기 분야가 거대 장비와 수백·수천 명의 국제 협업을 필요로 한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도킨스의 ‘가장 낮은 수준의 구성 단위’라는 관점을 입자물리의 기본 입자와 연결한다(S021–S024 · 06:07–07:33). 두 분야가 같은 이론을 공유한다는 뜻은 아니다. 복잡한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 구성 단위와 상호작용을 묻는 연구 태도가 닮았다는 진행상의 다리다.

김영기의 역할은 서로 멀어 보이는 주제를 연속적인 질문으로 만드는 데 있다. 유전자에서 밈으로, 밈에서 AI로, AI의 능력에서 의식으로, 의식 논쟁에서 사회적 위험과 신뢰로 이동한다. 후반에는 자기 전공의 협업 현실을 꺼내 국가 경쟁 문제를 묻고, 도킨스가 집필 중인 소설과 생명 기원 연구를 통해 과학·상상·AI를 다시 합친다. 질문이 길어 도킨스가 한 차례 다시 설명해 달라고 하지만(S134–S138 · 40:17–41:19), 그 재진술 덕분에 “경쟁은 동력이지만 자원과 전문성 때문에 협력이 필수”라는 딜레마가 더 선명해진다.

도킨스는 반대로 하나의 축을 끝까지 유지한다. 생명체의 겉모습보다 세대를 건너 복제되는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그 렌즈를 문화와 AI에 시험한다. 그는 단정적인 문장과 생생한 예를 즐겨 쓴다. 생물은 유전자의 ‘생존 기계’이고, 인간 뇌는 아프리카 평원에서 살아남도록 선택됐지만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까지 이해한다고 말한다. 이는 복잡한 논증을 청중이 기억할 장면으로 바꾸는 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기도 하다.

2026년은 『이기적 유전자』 초판 50주년이다. 옥스퍼드대 출판부의 공식 50주년판 안내는 1976년 초판과 2026년 제5판, 새 에필로그를 확인해 준다. 대담은 이 기념 맥락에서 과거 주장을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50년 전 마지막 장의 ‘밈’을 오늘의 AI로 밀어 보았다는 데 기록 가치가 있다. 한국어판이 여러 번역본 가운데 특히 많이 팔렸다는 도킨스의 발언도 한국 청중 앞에서 이 회고가 갖는 정서를 더한다(S039–S048 · 10:16–13:22). 다만 이 자리가 도킨스의 마지막 한국 강연이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록을 보존하려는 의뢰인의 동기와, 행사의 공식 성격은 구분해야 한다.

유전자 중심 관점: 강력한 렌즈이지 생물학 전체의 만장일치 선언은 아니다

도킨스가 50년 뒤에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한 핵심은 “자연선택의 기본 단위는 유전자”라는 주장이다(S043–S061 · 11:37–17:49). 개체는 죽지만 유전 정보는 후손과 친족을 통해 이어진다. 사회성 곤충이 사촌·조카·손주 같은 친족을 돌보는 행동까지, 복제될 확률을 높이는 유전자라는 공통 기준으로 압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이기적’은 사람처럼 욕심을 부린다는 심리 묘사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자기 복제본을 더 남기게 된 유전자 계통이 다음 세대에 더 많이 보인다는 분석 언어다.

이 렌즈의 힘은 개체의 직접 번식만 보면 이상해 보이는 친족 이타성과 협동도 설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선택의 단위는 언제나 오직 유전자 하나뿐”이라는 문장을 현대 진화생물학 전체의 만장일치 결론으로 읽으면 지나치다. 실제 연구에서는 유전자, 개체, 친족, 집단 수준의 설명이 어떤 조건에서 유효한지, 발생과 생태가 선택 결과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놓고 여러 틀을 쓴다. Nature의 다수준 선택 논쟁 개관도 친족선택과 집단선택을 둘러싼 설명의 쟁점을 보여 준다. 대담에서 도킨스가 매우 강한 형태의 유전자 중심 관점을 재확인했다는 사실과, 학문 전체의 설명 관행은 별개의 층위다.

‘생존 기계’라는 은유에도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 몸이 누군가의 의도로 설계됐다는 말이 아니라, 자연선택이 축적한 적응이 마치 목적을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도킨스 자신도 “의도적인 설계인 것처럼”이라고 말한다. 은유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유전자가 생각하고 명령하며 몸이 수동적으로 복종한다는 잘못된 그림이 생긴다. 유전자는 세포·개체·환경과 얽혀 발현되고, 몸이 살아남고 번식하는 과정이 곧 유전자의 장기적 빈도를 바꾼다.

AlphaFold: 정보 사슬을 잇는 실제 성과와 남아 있는 간극

대담에서 AI가 가장 구체적으로 성취한 사례는 AlphaFold다. 도킨스의 설명은 다음 사슬을 따른다.

DNA 염기서열 → 아미노산 서열 → 단백질의 3차원 구조 → 촉매 작용과 생물학적 효과 → 발생·생존·번식의 차이

유전자가 선택의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남는 정보라면, 단백질은 그 정보가 세포에서 일을 하게 만드는 주요 실행자다. 단백질의 접힌 모양은 다른 분자와의 결합과 촉매 작용을 크게 좌우한다. 예전에는 X선 결정학 같은 실험으로 구조 하나를 밝히는 데 큰 노력이 들었지만, AlphaFold는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구조를 예측하는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S050–S057 · 13:42–16:36). 2024년 노벨화학상 공식 설명도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의 단백질 구조 예측 성과를 수상 이유로 든다.

여기서는 ‘구조 예측’과 ‘생명의 모든 문제 해결’을 갈라야 한다. 구조는 기능 이해와 약물·효소 연구를 돕는 강력한 단서지만, 세포 안의 농도, 결합 상대, 화학적 변형, 시간에 따른 움직임, 여러 형태 사이의 전환까지 자동으로 알려 주지는 않는다. 예측 신뢰도도 위치와 대상에 따라 다르다.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EMBL-EBI)의 AlphaFold 강점과 한계 안내AlphaFold 3의 한계 안내도 신뢰도 지표의 해석, 정적인 예측, 일부 분자·상호작용의 한계를 따로 설명한다. 따라서 “의학과 농업을 혁신할 것”이라는 도킨스의 기대는 성과의 잠재력에 대한 전망이지 모든 단백질 기능과 질병 치료가 이미 해결됐다는 보고가 아니다.

이 대목은 AI 논의 전체에서 중요한 기준점이다. AlphaFold의 가치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인상이 아니라, 명확한 과학 문제에서 예측을 만들고 실험과 비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뒤의 AI 의식 논의가 행동과 내면 사이의 추론을 다룬다면, 여기서는 산출물의 정확도와 연구 효용을 객관적으로 시험할 수 있다.

유전자에서 밈으로, 밈에서 AI로: 이어지는 것과 달라지는 것

도킨스는 유전자를 더 일반적인 ‘복제자’의 한 사례로 확장하고 싶어서 밈이라는 말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S062–S071 · 17:49–21:18). 복제자가 자기와 비슷한 사본을 만들고, 복사 과정에 변이가 생기며, 어떤 변이가 더 잘 퍼지면 다윈적 과정의 가능성이 열린다. 옷차림, 말버릇, 기억에 남는 곡조, 춤이 모방을 통해 뇌에서 뇌로 전해지고 인터넷에서는 컴퓨터에서 컴퓨터로 이동한다. 그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당시 존재했다면 좋은 예로 썼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도킨스도 중요한 유보를 남긴다. 밈이 존재하고 퍼진다는 것에는 의심이 없지만, 그것이 생물 진화에 견줄 만한 누적적 다윈 진화의 토대가 되는지는 덜 확실하다고 말한다. 이 한 문장이 유전자→밈→AI를 곧은 동일성의 사슬로 읽는 일을 막는다.

대상 복제되는 것 변이가 생기는 방식 선택 환경 결정적 차이
유전자 물질적 염기서열과 그 계통 복제 오류·재조합 등 생존과 번식이 일어나는 생태·개체 세대를 잇는 유전 체계와 생물학적 적합도가 있다
모방·기억·매체로 전달되는 문화 정보 재해석·망각·의도적 변형 인간의 주의, 제도, 매체 경계와 복제 충실도를 정하기 어렵고 인간의 목적이 개입한다
오늘의 생성형 AI 학습 데이터의 패턴을 바탕으로 생성·재조합된 정보 확률적 생성, 프롬프트, 재학습 플랫폼·사용자·평가·시장·정책 보통은 스스로 번식하는 독립 계통이 아니며 계산 자원과 인간 운영에 의존한다

AI는 문화 변이의 속도와 규모를 바꾼다. 한 모델이 순식간에 문장·이미지·코드를 대량 생성하고 알고리즘이 다시 노출을 골라 주므로, 변이의 생산과 선택 환경이 같은 기술 체계 안에서 결합한다. 그렇다고 현행 언어 모델을 곧바로 생물학적 복제자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 모델이 자기 하드웨어를 만들고 에너지를 구하며 독립적으로 사본을 남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한 해석은 AI가 현재 문화 진화의 강력한 변이 발생기이자 전달 매개이며, 장차 더 자율적인 시스템이 나타날 경우 복제자라는 개념의 경계를 다시 물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도킨스가 원시 생명, 진핵세포, 다세포성, 신경계, 언어, 인쇄, 인터넷, AI를 ‘프로메테우스적 순간’의 연쇄로 나열하는 장면은 이런 연속성을 극적으로 표현한다(S073–S079 · 21:34–23:56). 천문학자 마틴 리스가 제시한 생물 이후 기계 지능의 긴 미래는 케임브리지대 인터뷰에서도 확인되는 미래 시나리오다. 외계 문명을 발견했다는 보고도, 인간 멸종이 정해졌다는 예언도 아니다. 생물학적 창조자가 사라진 뒤 인공물이 문화의 횃불을 이어 갈 수 있다는 사고실험에 가깝다.

AI의 유창함과 의식: 도킨스의 도발은 증명보다 증거 기준을 묻는다

대담의 철학적 절정은 도킨스가 ChatGPT와 Claude에게 받은 소설 비평을 말하는 부분이다. 그는 모델이 몇 초 만에 인물의 뉘앙스와 관계를 짚는 비평을 내놓았고, 고도로 지적이고 섬세한 문학 교수와 대화하는 듯했다고 한다. 그런 능력을 보면서 이 존재들이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전혀 의식이 없다고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직관이다(S084–S089 · 24:34–27:25). 이는 도킨스가 2026년 5월 자신의 AI 대화를 서술한 UnHerd 기고와 이어지는 공개 입장이다. 그 글의 세부 일화는 9월 서울 발언에 없으므로 여기서 대담 내용으로 옮겨 심지 않는다.

도킨스의 반문은 날카롭다. “미래에는 의식이 생길 수 있지만 지금은 없다”고 말한다면, 미래의 어떤 행동이 현재와 달라져야 의식을 인정할 것인가? 그는 튜링의 1950년 논문과 포스교(Forth Bridge)에 관한 소네트 예시를 꺼내고, Claude가 스코트어와 여러 시인의 문체로 시를 쓴 경험을 덧붙인다(S091–S099 · 27:36–30:49). 튜링의 원문은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다. 튜링은 모호한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를 모방 게임이라는 관찰 가능한 문제로 바꾸었으며, 시를 쓰라는 질문도 논문에 등장한다.

여기서 세 층을 분리하면 논쟁이 훨씬 또렷해진다.

  1. 역량: 모델이 시, 비평, 대화, 코드를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
  2. 행동적 판별: 대화를 통해 인간과 기계를 안정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가.
  3. 주관적 경험: 그 시스템에게 아픔, 색, 자아 같은 ‘느껴지는 무엇’이 실제로 있는가.

오늘의 모델은 첫째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어떤 조건에서는 둘째의 판별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셋째는 다른 종류의 주장이다. 튜링 테스트는 사고나 지능을 다루기 위한 행동적 기준이지, 주관적 의식이 존재한다는 자동 증명 장치가 아니다. 대담에서 도킨스는 튜링이 인간과 컴퓨터를 구별하지 못하면 컴퓨터가 의식적이라고 “함축했다”고 해석하지만, 이를 확립된 과학적 정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동시에 “단지 통계적으로 단어를 잇는다”는 반론만으로 의식 부재가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신경 작동을 물리 과정으로 설명한다고 해서 곧 경험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직관적 선언보다, 의식을 어떤 기능과 구조로 정의하고 어떤 관찰이 가설을 지지하거나 반박할지 밝히는 일이다. 도킨스의 서울 발언은 AI 의식을 증명했다기보다 우리가 타자의 의식을 인정하는 증거 기준이 일관적인가를 압박하는 철학적 사고실험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이후 그가 AI가 인간을 불필요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대목(S100–S103 · 31:02–32:21)도 예측과 확정을 구분해야 한다. 그는 “아마 그럴 것”이라는 강한 전망을 말하지만 동시에 사회에 미칠 효과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고 인정한다. 이는 실업, 권력 집중, 통제 같은 위험을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는 경고이지 구체적인 시기와 경로가 입증됐다는 뜻은 아니다.

과학을 쉽게 말한다는 것: 친숙함보다 경이, 과시보다 이해

김영기가 허위 정보와 AI 생성 정보가 빨리 퍼지는 시대에 과학자의 책임을 묻자, 도킨스는 규제나 팩트체크 절차보다 먼저 과학이 아름답고 경이롭다는 감각을 전달하라고 답한다(S104–S121 · 32:23–37:06). 그가 지지하는 ‘칼 세이건 방식’은 과학을 일상의 작은 효용으로만 정당화하지 않는 태도다. 우주 개발의 의미를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 같은 부산물로 축소하면, 우주를 탐험한다는 더 큰 지적 모험을 놓친다는 예다.

두 번째 원칙은 “감탄시키려 애쓰지 말고, 이해시키려 애쓰라”는 것이다. 어려운 말을 늘어놓아 권위를 연출하는 습관을 비판하고, 다윈의 글에서는 위대한 정신뿐 아니라 독자가 이해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태도가 느껴진다고 말한다. 이는 내용을 얕게 만들라는 권고가 아니다. 김영기가 이어 말하듯, 과학을 잃지 않으면서 간단히 설명하려면 오히려 주제를 깊이 알아야 한다(S123–S128 · 37:33–38:23).

도킨스의 답은 대담 자체의 장점이면서 한계도 비춘다. ‘유전자=선택 단위’, ‘AI=새 진화의 전환점’ 같은 압축 문장은 기억에 강하게 남지만, 전문 논쟁의 조건과 예외를 생략할 수 있다. 좋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명료함과 정확성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어느 수준에서 단순화했는지 독자가 알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다. 그래서 이 해설도 도킨스의 생생한 주장 뒤에 합의의 범위와 미해결 문제를 붙인다.

인간 뇌가 사냥감과 물을 찾는 환경에서 선택됐지만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말(S129–S131 · 38:27–39:25)은 또 하나의 경이 서사다. 진화가 뇌를 현대물리 전용으로 ‘설계’하지 않았다는 점과, 문화·언어·수학·교육을 통해 원래 능력을 새 용도에 쓸 수 있다는 점이 함께 들어 있다. 우리의 직관이 현대과학에 자주 실패한다는 겸손과, 그 한계를 협업과 기호 체계로 넘어선다는 낙관을 동시에 준다.

경쟁과 협력: 발견의 속도만큼 지식의 공유 구조가 중요하다

김영기의 질문은 추상이 아니라 거대과학의 현장 경험에서 나온다. AI·양자컴퓨팅·생명공학이 국가 안보와 결합하면 데이터, 장비, 인재의 이동이 제한되고, 한 나라가 감당하기 어려운 연구에서 국제 협력이 약해질 수 있다(S131–S137 · 39:10–41:15). 도킨스는 경쟁이 이중나선 발견 경쟁처럼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과학은 여러 사람이 잘 협력할 때 성과를 내며 자신의 선호는 경쟁보다 협력 쪽이라고 답한다(S138–S143 · 41:19–43:10).

이 부분은 앞의 복제자 이야기와도 연결된다. 어떤 아이디어가 살아남는지는 아이디어 자체의 질만 아니라 저널, 데이터 저장소, 연구비, 국경, 보안 규정이라는 ‘선택 환경’에 좌우된다. 공개 데이터는 다른 연구자가 검증하고 변형할 토양을 제공하지만, 지나친 폐쇄는 오류를 오래 숨기고 중복 투자를 늘릴 수 있다. 반대로 무조건적인 공개도 개인정보, 악용 가능한 기술, 정당한 연구 기여의 보호 문제를 낳는다. 대담은 구체적 정책 해법까지 가지 않지만, 경쟁과 협력을 선악으로 나누기보다 어떤 층에서 경쟁하고 어떤 기반을 공동재로 둘지 묻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도킨스가 왓슨과 크릭을 협력의 예로 든 설명은 대담의 실제 발언으로 보존하되, DNA 구조 발견의 전체 역사를 두 사람만의 성취로 축약해서는 안 된다. 킹스칼리지런던의 DNA 발견사 자료가 설명하듯 로절린드 프랭클린과 모리스 윌킨스 등의 실험 자료와 기여가 포함된 더 넓은 역사이기 때문이다. 대담에서는 김영기가 자기 분야의 팀은 수천 명에 이른다고 보완하고, 도킨스가 그 많은 사람 가운데 연구비를 처음 신청한 사람 등이 노벨상을 받는 셈이라는 취지의 농담을 덧붙인다(S139–S142 · 41:35–42:52).

소설과 RNA 세계: 상상이 가설을 만들고 AI가 탐색을 넓히는 고리

후반의 소설 이야기는 가벼운 여담처럼 들리지만 전체 주제를 한데 묶는다. 도킨스가 쓰는 과학소설은 한 젊은 여성 과학자가 멸종한 인류 종 호모 에렉투스를 되살리려는 이야기다(S143–S158 · 42:52–45:57). 과학적 가능성과 윤리적 결과를 서사 속 인물의 선택으로 시험하는 장치이며, 주인공이 미래의 AI 고민 상담가에게 연애 조언을 구한다는 설정으로 AI도 이야기 안에 들어온다.

도킨스는 집필 중 모델에게 원고 비평을 받았지만 최종 작품은 자신이 더 다듬어 출판사에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어 번역을 AI가 할 수도 있다는 김영기의 농담에는 “진짜 인간의 산물을 원한다”는 취지로 답한다. AI의 문학적 능력에 감탄하고 의식 가능성까지 열어 둔 사람이 창작의 인간적 산물을 강조하는 이 장면은 모순이라기보다 경계 협상에 가깝다. AI를 비평 도구와 소설 속 인물로 받아들이면서도 저자성, 책임, 완성의 판단은 아직 인간에게 둔다.

그 다음 질문이 “요즘 무엇이 가장 궁금한가”이고 답이 생명의 기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S159–S171 · 45:57–49:24). 도킨스에게 다윈 진화가 시작되려면 먼저 결함까지 포함해 자기 사본을 만드는 분자가 있어야 한다. 복제가 있고, 완벽하지 않아 변이가 생기며, 변이마다 지속 가능성이 달라지면 선택이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지구에서 그 일이 실제로 어떻게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르며, 너무 오래전 사건이라 확실히 알지 못할 수도 있다고 분명히 한다.

RNA 세계는 이 난점을 푸는 유력한 가설이다. 현대 생명에서 DNA는 정보 저장과 복제에 뛰어나지만 복제 과정에 단백질 효소가 필요하고, 단백질은 DNA 정보로 만들어진다.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 순환 문제가 생긴다. RNA는 정보를 담으면서 일부 RNA가 촉매 역할도 할 수 있으므로, 초기에는 하나의 분자 계열이 복제와 촉매 두 역할을 어느 정도 함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DNA가 안정적인 정보 저장을, 단백질이 효율적인 촉매를 주로 맡았다는 시나리오다. 미국 국립생명공학정보센터의 『세포의 분자생물학』 RNA 세계 장은 이 가설의 분자적 근거를 설명한다.

그러나 RNA가 현대에 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과, 지구 생명의 실제 최초 단계가 RNA 세계였다는 결론은 같지 않다. 전생물학적 환경에서 RNA 구성 요소가 어떻게 생기고 충분히 긴 분자가 어떻게 복제됐는지, 세포막과 대사가 어떻게 결합했는지에는 열린 문제가 많다. 도킨스 역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그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받아들일 만큼 설득력 있는 화학 모델일 수 있다고 말한다(S167–S171 · 47:47–49:24). 그러므로 RNA 세계는 유력한 가설이지 생명의 실제 과거를 재현한 확정 기록이 아니다.

김영기는 다양한 화학 모델을 시험하는 데 AI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제안하고, 도킨스는 좋은 지적이라고 동의한다(S172–S174 · 49:26–49:44). 이것이 대담의 마지막 연구 고리다. 과학소설은 가능한 세계와 윤리적 갈등을 상상하고, 과학은 검증 가능한 가설로 좁히며, AI는 방대한 후보 공간을 계산하고 구조와 반응을 제안할 수 있다. 다시 실험과 인간의 판단이 그 제안을 걸러 낸다. 상상 → 모델 → AI 탐색 → 실험 → 수정된 이야기와 가설이 순환한다.

이 대담을 읽을 때 남겨 둘 질문

첫째, 정보가 퍼진다는 사실만으로 진화라고 부를 수 있는가. 다윈적 진화에는 복제, 유전 가능한 차이, 차등적 지속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다. 인터넷 밈과 생성형 AI가 이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하는지 측정하려면 복제 단위와 계보를 먼저 정해야 한다.

둘째, 겉으로 드러난 행동 외에 의식을 판단할 증거가 있는가. 도킨스는 행동 기준의 힘을 밀어붙이지만, 능숙한 모방과 주관적 경험 사이의 간극은 남는다. 미래의 논의는 “의식이 있다/없다”는 선언보다 어떤 이론이 어떤 관찰을 예측하는지 비교해야 한다.

셋째, 과학의 경이와 사회적 책임은 어떻게 함께 갈 수 있는가. AlphaFold의 실제 성취를 설명하면서 한계를 숨기지 않고, AI의 위험을 말하면서 불확실한 미래를 확정처럼 선전하지 않는 것이 이 대담이 요청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시험대다.

넷째, 국가 경쟁이 심해질수록 어떤 지식 기반을 공동으로 지켜야 하는가. 국제 협력은 선의만의 문제가 아니라 검증, 재현성, 인재 양성, 거대 시설의 비용을 가능하게 하는 과학 인프라다.

짧게 간직할 핵심

기록상 남는 불확실성

자동전사와 행사 정보가 충돌하거나 불완전한 지점
  • 첫 안내는 전체 전사와 표적 재전사 모두 “15분”으로 판독되지만, 곧이어 언급된 11시 20분 종료와 실제 약 52분 녹음, 이후 진행자의 50분 안내와 서로 맞지 않는다. 숫자가 실제 일정의 무엇을 가리켰는지 확정하지 않는다.
  • 도입부 00:48–02:09는 박수와 소개가 한 ASR 구간으로 길게 묶였다. 각 문장의 정확한 시작 시각으로 보지 않는다.
  • 사인회 시각은 도입에서 오후 2시로 들리고 주최 언론의 사전 안내도 이를 지지하지만, 50:48 부근 자동전사는 12시 30분처럼 판독한다. 상세 대화록의 불확실성 표지를 유지해야 한다.
  • 44:20 전후, 소설 속 인물들이 모두 자신처럼 들린다는 모델 비평에 대한 반론은 두 자동전사 모두 일부 문장이 흐리다. 도킨스가 비평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큰 뜻을 넘어 세부 문구를 확정하지 않는다.
  • 제공 녹음은 51분 52.9327초이며 공식 사전 안내의 예약 시간과 같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절대 시작 시각도 파일과 녹음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외부 맥락 출처

아래 자료는 행사 발언을 대체하는 전사 근거가 아니라, 인물·서지·과학사의 배경을 확인하는 데만 사용했다. 모두 2026-09-09 확인.